이 사층장은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수납의 층위를 하나의 수직 구조 안에 쌓아 올린 가구입니다. 열린 공간, 서랍, 닫힌 문, 다시 닫힌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물건을 사용하는 빈도와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나누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위쪽의 열린 공간은 드러내는 수납을, 중간의 문과 서랍은 정리된 보관을, 아래쪽은 보다 조용한 저장을 담당하며, 하나의 가구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들이 층층이 공존합니다.
재료의 사용 역시 이 구조를 따라 리듬을 이루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짙은 결을 가진 판재와 비교적 밝은 톤의 몸체가 교차하며 배치되어, 반복되는 구조 안에서도 각 층이 서로 다른 표정을 갖도록 의도했습니다. 특히 문판과 서랍 전면에 사용된 재료들은, 가구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게 하기보다, 여러 개의 장면이 겹쳐진 구조처럼 읽히도록 합니다. 이는 수납이라는 기능을 단일한 용도가 아닌, 다양한 성격의 공간들이 모인 구조로 바라보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 가구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가’보다, ‘어디에 무엇을 둘 것인가’를 스스로 정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사용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게 공간을 배분하게 되고, 가구는 그 선택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틀이 됩니다. 이 사층장은 물건을 정리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생활의 층위를 눈에 보이는 구조로 바꿔 놓는 하나의 수직적 풍경으로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