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필함은 ‘필기도구를 담는 상자’라기보다, 쓰는 행위 이전의 시간을 담아두는 그릇에 가깝습니다.
뚜껑을 밀어 열고, 하나를 꺼내고, 다시 닫는 짧은 동작들은 손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늦추며, 도구를 사용하는 순간을 하나의 준비된 태도로 바꿉니다.
나무결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단정한 구조 속에서, 수납은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물건을 대하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이 필함은 작은 도구들을 담는 상자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속도를 잠시 고르는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