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층장은 처음부터 하나의 가구가 아니라, 두 개가 한 쌍으로 놓일 때 하나의 면을 이루는 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같은 형태를 반복해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수납은 개별적인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를 구성하는 질서로 확장됩니다. 두 장이 나란히 섰을 때 생기는 비례와 리듬은, 벽을 가구로 나누고, 가구를 다시 하나의 면으로 읽히게 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합니다.
문판에 먹감을 사용한 것은 이 가구의 인상을 형태보다 재료에서 먼저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짙은 색과 강한 결을 가진 먹감은, 문이 닫혀 있을 때는 하나의 묵직한 화면처럼 보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면 각각 다른 표정을 가진 나무의 결들이 드러나도록 합니다.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진 판들이 반복되어 배치되면서, 동일한 구조 안에서도 미묘한 차이와 리듬이 생기도록 의도했습니다. 이는 ‘같음’과 ‘다름’이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를 가구 안에 담고자 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구조적으로는 반복되는 문과 층의 구성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리듬을 통해, 열고 닫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일정한 호흡처럼 느껴지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이 삼층장은 물건을 담는 수납장이면서, 동시에 재료와 구조의 질서를 공간 안에 세워두는 하나의 장치로 존재합니다. 두 개가 나란히 놓였을 때, 이 가구는 개별적인 가구를 넘어 공간의 성격을 조용히 바꾸는 하나의 벽처럼 작동합니다.